[목차]
1.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에서 말하는 가해자
2. 피해자
3. 해결책 및 감상
1.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에서 말하는 가해자
우리 주위에는 까다롭고, 거짓말을 일삼고, 자가당착에 빠져 있으며, 심술로 똘똘 뭉쳤고, 자기 잘못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늘 우리를 질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피해자들에게 철두철미한 거짓말, 악의, 현실 부정, 죄의식 조장, 정서적 협박, 위협하는 행동을 계속하면서 피해자들의 심리를 조종합니다. 피해자들은 모두 같은 사람으로부터 피해당한 것처럼 같은 징후 즉, 과도한 스트레스, 병적인 죄의식, 한시도 벗어날 수 없는 불안감, 산만하고 흐릿한 정신 상태를 보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에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변태, 나르시시스트, 사이코패스, 파괴적인 심리조종자 등이 있으나 저자는 간단하게 ‘심리조종자’라고만 부릅니다. 저자는 전체 인구의 2∼4%가 이 심리조종자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심리조종자는 피해자들을 조종하기 위해 유혹, 피해자 행세, 위협, 죄의식 조장이라는 끄나풀을 사용합니다. 심리조종자는 유혹 단계에서 왠지 마음에 들고, 말도 잘 통하고, 친근한 근사한 가면을 쓰고 피해자에게 다가갑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사귀는 사이처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행동하며 자기 멋대로 신체를 접촉한다든가, 과하게 호기심을 드러낸다던가, 당신을 모방하거나 아부하기도 합니다. 여성 심리조종자의 경우 천사와 악마, 처녀와 창녀, 착한 여자와 나쁜 여자, 어린애 같은 여자, 바람기가 있지만, 어느 선은 지키는 여자라는 상투적인 유혹의 코드를 써먹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심리조종자는 피해자 행세 단계에서 자신이 큰 불행을 겪었거나, 운이 지독히 나쁘거나, 박해를 받은 적 있는 사람처럼 보여서 피해자들의 마음을 자극하여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피해자는 이제 심리조종자에게 상처가 될 법한 말이나 심리조종자의 뜻을 거스르는 말조차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단계를 지나면 심리조종자는 초반의 칭찬과 찬사를 비난과 조롱으로 바꾸어 그 강도를 점점 더 높여갑니다. 피해자는 점점 심리조종자의 판단을 두려워하며 벌벌 떨게 됩니다. 이후 단계에서 심리조종자는 죄의식 조장이라는 끄나풀을 사용합니다. 안 된 일은 전부 피해자 탓이고 피해자가 책임져야 합니다. 심지어 심리조종자는 자기가 바람을 피우고는 피해자가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돌보느라 자기에게 소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때 심리조종자는 ‘이중제약’(‘이중구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이는 피해자가 어떤 행동을 하건 그걸 하면 안 된다고 비난하는 것입니다(예를 들면 피해자가 어떤 사물의 색을 검다고 해도 틀렸다고 하고 희다고 해도 틀렸다고 하는 식입니다).
심리조종자들은 위와 같은 네 가지 끄나풀을 활용하여 피해자들을 ‘의심, 두려움, 죄의식’의 쳇바퀴에 가두어두고 악순환을 거듭하게 하고 피해자는 점점 지쳐가게 됩니다. 결국, 관계는 파국을 맞이하게 되어 유혹, 괴롭힘, 파국이라는 세 개의 막으로 이루어진 희곡이 마무리되게 됩니다.
2. 피해자
저자는 피해자들이 생각이 너무 많은 일명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라고 합니다. 피해자들은 똑똑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 하지만 지나치게 개방적이고 타인을 너무 잘 믿는 사람입니다. 그 밖에도 피해자들은 신경학적, 정서적, 심리학적 이유 때문에 심리 지배에 더 취약합니다.
신경전형인(일반적인 사람들)들은 직선적이고 순차적인 사유를 하는데 비하여 심리조종자의 피해자들은 나뭇가지처럼 갈래를 뻗어 가는 복잡다단하고 풍성한 사유인 ‘복잡성 사유’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생각도 복잡한 구조 속에서 제자리를 찾아 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사유가 점점 풍성해집니다. 심리조종자는 이러한 피해자의 정신세계를 뒤죽박죽 휘젓는 것을 재미로 여기기 때문에 피해자의 뇌를 불분명하거나 모순적인 거짓 정보로 가득 채웁니다.
복잡성 사유를 하는 피해자들은 사유의 회로가 완결되기를 원하는 ‘인지적 종결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심리조종자가 제공하는 정보들은 적절한 해석의 틀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이 정보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심리조종자들이 꾸며 낸 태도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큰 에너지를 낭비하여 점점 지쳐가게 됩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스위치 켜듯 확 바뀐 얼굴로 자신들을 대할 때 그것이 실제 가해자의 얼굴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을 외면한 채 위와 같은 ‘복잡성 사유’를 통하여 상대가 본래 성품은 착한데 잠시 뭐에 씌어 그러는 것이라는 식으로 오히려 상대를 변호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피해자 역시 상대의 인격이 단 하나, 즉 첫 번째 얼굴이라는 사실과 상대가 냉소적이고 타산적이며 자기 존재와 행동을 완벽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피해자가 상대의 행동을 감싸주면 그 역시 가해자의 공모자가 되는 셈입니다.
3. 해결책 및 감상
저자는 피해자들인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가장 필요한 것이 ‘선긋기’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주장’이 필요한데 ‘자기주장’은 자기를 내세우는 태도로 자신이 아는 진실을 말하고 자기 권리를 보호하되 남의 진실을 부정하지 않으며 남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피해자들은 지나치게 남에게 중심을 두고, 지나치게 타협적이며, 지나치게 남을 이해해 주며 자기가 맞춰 주기 때문에 관계 속에서 자기 존재를 쉽게 망각합니다. 자기주장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먼저 자신이 중심을 잡고 진실하게 살아야 하고 그러려면 자기 자신을 객관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의식해야 합니다.
본능은 다른 것들을 다 제쳐 놓고 생존만을 생각하는 뇌 부분인 변연뇌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직감도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정보를 많이 포착하는 사람은 말 그대로 비범한 통찰력이 있습니다. 자기가 겪은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약간 거리를 두고 자신을 보기 위하여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나와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상상해 보고 그 친구에게 뭐라고 말해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자기주장이 없다면 상대가 심리조종자라는 확실한 본능과 예리한 직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 입을 막은 것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심리조종자와의 관계에서 피해자가 자기주장을 통해 살아남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이나 판단의 중심을 상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두는 것입니다. 따라서 피해자는 상대에게 신경 쓰지 말고 상대가 절대로 넘으면 안 되는 선을 스스로 정해서 자신의 가치관을 수호하고 자신에 대한 존중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선에는 보편적으로 용납 불가한 행동들 즉, ① 자기 또는 타인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위해, ② 위법한 일, ③ 기본적인 안전수칙 위반, ④ 개인, 인류 전체, 각자가 신성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태도, ⑤ 보건위생 의식이 결여된 행위, ⑥ 공동 생활 수칙 위반 행위, ⑦ 전능 환상(심리조종자들이 자신의 말이 곧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부추기는 행위는 물론입니다. 그리고 상대가 심리조종자들이라는 점 때문에 용납불가한 행위가 늘어나게 되는데 여기에는 거짓말, 쓸데없는 심술, 멸시, 타인을 파멸시키려는 수작 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피해자들은 예의 없거나 일관성 없게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은 ‘다시는 자기 자신을 방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스스로와 해야 합니다. 저자는 피해자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심리조종자에게 거절의 의사표시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면 피해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 계발을 완수한 것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최근 심리조종자로부터 큰 피해를 보아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 이 책을 읽게 되었고 큰 위로와 교훈을 얻었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려는 장점이 있지만 선을 명확히 긋지 않아서 ‘나 자신’을 가해자로부터 학대당하도록 방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 중 회복하는 과정에서는 너무 힘이 들어 마음에 와닿지 않던 부분이었으나 결국 극복해 낸 지금에야 제게 감동을 주는 부분을 소개드리며 서평을 마칩니다. ‘심리조종자를 상대할 때는 범상치 않은 자기주장 능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심리조종자와의 만남이 진정한 자기 계발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거절하기, 선을 그어주기, 존중을 요구하기 등은 어른으로서 감당해야 할 책임이다.’